단어의 숲 & Soup

백문이불여일견 vs 백견이불여일행

think-2025 (숲 & Soup) 2025. 2. 17. 18:24

 

백문이불여일견, 백견이불여일행: 앎과 실천의 깊이를 찾아서

 

언어가 들려주는 통찰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과 '백견이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은 마치 사다리의 두 단계처럼 우리의 앎과 실천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첫 번째 말은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행하는 것만 못하다'는 두 번째 말은 실천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이 두 문장은 마치 계단처럼 우리를 더 높은 단계로 이끌어줍니다.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다시 보는 것에서 행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이 과정은 앎이 깊어지는 자연스러운 순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순서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이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차이

요리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 말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레시피를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요리 영상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 요리 영상을 백 번 보는 것도 한 번 직접 요리해보는 것만 못합니다. 불 앞에서 식재료의 변화를 살피고, 손끝으로 간을 맞추며, 때로는 실패도 경험하면서 우리는 진정한 요리의 비밀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전통 요리를 배울 때 이런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된장찌개 하나를 예로 들어도, 책에서 배운 레시피와 실제 어머니의 손맛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수없이 끓여보면서 우리는 비로소 '손맛'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육아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아서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아기의 울음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만 못하고, 아무리 많은 아기를 봐도 직접 돌보는 경험만 못합니다. 실제로 기저귀를 갈아보고, 밤늦게 달래보고, 첫 걸음마를 함께하면서 우리는 진정한 부모가 되어갑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 책에서 읽은 지식과 실제 경험의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앎의 깊이

우리의 학습 과정은 마치 물이 깊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듣는 것은 물결이 일렁이는 표면이라면, 보는 것은 그 아래 흐르는 조류와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깊이는 직접 뛰어들어 헤엄쳐볼 때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 이런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해서, 연주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마지막으로 직접 악기를 잡고 소리를 내보는 순간. 이 모든 과정이 필요하지만, 진정한 음악의 이해는 직접 연주해보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불완전한 소리를 내더라도, 그 경험이 책으로 배운 모든 이론보다 더 값진 교훈을 줍니다.

 

예술을 배우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관에서 명화를 백 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 직접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려보는 경험이 주는 깨달음은 더욱 특별합니다. 캔버스 앞에 서서 느끼는 두려움, 물감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색감, 완성작 앞에서 느끼는 성취감... 이런 감정들은 보는 것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실천의 가치

하지만 이것은 듣는 것과 보는 것의 가치를 부정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각각의 단계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듣고, 보고, 행하는 것은 마치 나무가 자라는 것과 같아서, 뿌리와 줄기와 열매가 모두 필요한 것입니다.

 

등산을 예로 들면, 산행 코스에 대해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도를 보고 경로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직접 발걸음을 떼는 순간까지. 이 모든 과정이 안전하고 의미 있는 등산을 위해 필요합니다. 경험 많은 등산가들도 결코 사전 준비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정한 산의 높이와 길의 가파름은 직접 걸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도 비슷합니다. 문법책을 읽고,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실제 대화를 관찰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언어의 습득은 실제로 그 언어를 사용해보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부끄러움도 느끼지만, 그런 경험들이 쌓여 진정한 실력이 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말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많이 듣고 많이 보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튜브로 운동 영상을 백 번 봐도 한 번의 실제 운동만 못하고, SNS에서 여행 사진을 아무리 많이 봐도 직접 떠나는 여행만 못한 것입니다.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된 요즘,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수많은 강의를 듣고 영상을 보지만, 실제 연습과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것은 단순한 정보 소비에 그치고 맙니다. 진정한 학습은 스크린 너머가 아닌, 현실에서의 실천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마치며: 실천으로 가는 길

우리는 모두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다시 보는 것에서 행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여정 위에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듣고 보고 있는 것들 중에서, 어떤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한다면, 그것이 바로 백 번의 듣고 봄을 뛰어넘는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옛말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결국 성장의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듣고, 보고, 행하는 각각의 단계를 소중히 여기되, 궁극적으로는 실천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가질 때 우리는 진정한 앎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우리를 진정한 앎으로 이끄는 소중한 발걸음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