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숲 & Soup

험담 vs 담

think-2025 (숲 & Soup) 2025. 2. 18. 07:47

 

험담과 담: 말이 쌓는 벽의 무게

 

단어가 들려주는 통찰

'험담'이라는 단어 속에는 '담'이라는 글자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적 지혜입니다. 험담을 할 때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담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담은 '험(險)', 즉 '험난하다'는 글자가 말해주듯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되어갑니다.

 

이는 마치 어린 시절 쌓았던 레고 블록처럼, 한 조각 한 조각이 모여 거대한 벽이 되어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다만 레고 블록은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지만, 험담으로 쌓은 벽은 그리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보이지 않는 벽의 무게

오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작은 험담이 시작되고, 그것이 조금씩 쌓여 결국에는 동료 간에 높은 담이 되어버리는 모습. 처음에는 가벼운 뒷담화로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서로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람 일 처리하는 거 봤어?", "저번에 회의할 때도 말이야..." 이런 말들이 모여 결국 돌이키기 힘든 관계의 벽을 만들어냅니다.

 

한 팀장님의 경험담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팀원들 사이의 험담을 방관했더니, 어느 순간 팀 전체가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점심 시간에도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고, 회의 시간에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더군요. 그 벽을 허무는 데 걸린 시간은, 그 벽이 쌓이는 데 걸린 시간의 몇 배나 되었죠."

 

험담이 쌓는 담은 양방향으로 무게를 더해갑니다. 험담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험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마음에도 무거운 벽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지고 두꺼워져서, 나중에는 서로가 넘을 수 없는 간극이 되어버립니다. 마치 베를린 장벽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벽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들

디지털 시대에는 이 담이 더욱 빠르게, 더 단단하게 쌓입니다. SNS와 메신저를 통해 퍼지는 험담은 순식간에 높은 벽을 만들어냅니다. 한번 쌓인 디지털 담장은 지우기는커녕 그 높이를 가늠하는 것조차 어려워집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시작된 작은 험담이 순식간에 회사 전체로 퍼져나가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특히 재택근무가 늘어난 요즘, 이러한 디지털 담장의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서 오해를 풀 기회도 줄어들고, 온라인상의 짧은 대화만으로 서로를 판단하게 되면서, 작은 오해가 큰 벽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마치며: 벽을 허물고 다리를 놓는 지혜

험담 대신 진심 어린 대화를, 뒷담화 대신 진솔한 소통을 선택할 때, 우리는 담을 허물고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담이 될 수도, 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를 다시 한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떠오를 때마다, 그것이 쌓아올릴 담의 무게를 생각해보면서요.. 그리고 그 담을 쌓는 대신,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말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험담이라는 작은 벽돌 하나가 모여 거대한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담긴 말 한마디가 그 벽을 허무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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