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숲 & Soup

성장이라는 나이테

think-2025 (숲 & Soup) 2025. 2. 25. 14:20

 

누군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언제 가장 크게 성장했나요?"

 

그 질문에 대하여 생각나는 대로 답변을 하고 난 후에

문득 성장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성장(成長)'이란 글자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성(成)'은 '이루어짐'이고

'장(長)'은 '자라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언어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졌습니다.

영어의 'growth'는 대지를 뚫고 나오는 '싹(grow)'에서,

독일어 'Wachstum'은 '깨어나다(wachen)'에서 왔다고 합니다.

프랑스어 'croissance'는 '늘어나다(croître)'에서,

스페인어 'crecimiento'는 '올라가다(crecer)'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참 흥미롭습니다.

각 언어마다 성장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변화'와 '확장'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어떤 언어는 땅에서 솟아나는 모습을, 어떤 언어는 눈을 뜨는 과정을,

또 어떤 언어는 위로 뻗어가는 움직임을 통해 성장을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저희 집은 아파트 1층이라 베란다 앞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 텃밭 한가운데는 대봉이 열리는 커다란 감나무가 자리하고 있지요.

비 내리는 어느 오후, 창가에 앉아 그 감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감나무 줄기를 타고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속에 숨겨져 있을 나이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이테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형성된다는 것을,

가뭄의 시기도,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도

모두 나무의 나이테에 각각 다른 무늬로 새겨진다는 것을.

 

마치 우리의 힘든 시간과 행복한 순간들이 모두

우리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동양의 옛 문헌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장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成長若水)'이라고.

 

서양의 현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성장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그리고 오랜 세월 식물을 돌본 한 정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튼튼한 나무는 가장 거친 바람을 맞은 나무입니다"라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나이테에는

어떤 이야기가 새겨져 있을까?

 

나의 성장 속도는

누가 정한 것일까?

 

나의 단단함은

어떤 바람이 만들어주었을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방향으로 자라고 있을까?

 

어쩌면 성장이란

이렇게 묻고 고민하는 사이에도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새순이 돋아나듯이,

마치 물결이 퍼져나가듯이,

마치 우리의 고요한 숨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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