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차이가 만드는 인생의 갈래
"후회"와 "후에"
이 두 단어를 보고 계신가요?
한 글자만 다를 뿐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전혀 다르지 않나요?
후회(後悔)는 뒤돌아보며 가슴을 치는 것이고,
후에(後에)는 앞으로 나아가며 기대하는 것이죠.
같은 '後(뒤 후)' 자를 쓰면서도,
하나는 과거에 발목을 잡히고, 하나는 미래로 걸음을 옮기는 거예요.
문득 생각해보니,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두 단어를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는 것 같아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어제 그렇게 말하지 말 걸..."하고 '후회'하다가도,
저녁이 되면
"내일은 더 잘해야지..."하며 '후에'를 꿈꾸곤 하죠.
그래서 오늘은 이 두 단어,
'후회'와 '후에'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후회라는 무거운 짐
후회는 참 무거운 감정인것 같아요.
"그때 그렇게 하지 말 걸..."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왜 그 순간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 때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의 나를 흔들어 깨우고 싶어져요.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이런 반복적인 과거 회상을
'반추 사고(rumination)'라고 부릅니다.
같은 생각을 반복적으로 되씹는 것인데,
이는 문제 해결보다는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키는 특징이 있어요.
마치 상처 난 곳을 계속 건드리는 것과 같죠.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작 과거의 그 순간에는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들이었죠.
그때의 정보로,
그때의 마음으로,
그때의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지금의 눈으로 돌아보면
아쉬운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더 공부할 걸,
더 사랑할 걸,
더 여행 다닐 걸...
그 기회를 붙잡을 걸...
이런 후회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우리를 옥죄게 됩니다.
후회의 덫에 빠지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후회에 빠지곤 합니다.
행동경제학의 '후회 이론(regret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다른 대안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강한 후회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회에 빠지게 되면
과거의 실수나 놓친 기회들을 되씹고 또 되씹으면서,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게 되죠.
"내가 그때 다르게 했더라면 지금쯤..."
이런 생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어요.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종종 후회하고 있기 때문에요...
저도 밤마다 눈을 감고 잠이 들 때까지
"만약에"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문장들을 수없이 만들어봤어요.
하지만 그 어떤 "만약에"도 현실을 바꿔주지는 못했죠.
사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수는 없어요.
어떤 길을 선택하든 아쉬운 부분은 있을 거고,
"만약에"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은 살아가면서 계속 있을 거예요.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선택의 역설'에서
'완벽한 선택'을 추구하는 것보다
'충분히 좋은' 선택에 만족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완벽하지 않은 선택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된 것은 아닐까요?
실수했던 연애 덕분에 진짜 사랑이 뭔지 알게 됐고,
실패했던 도전 덕분에 더욱 단단해졌고,
아픈 이별 덕분에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깨달았죠.
만약 모든 선택이 완벽했다면,
지금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후회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후회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후회는 우리가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거든요.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후회는 중요한 학습 메커니즘입니다.
과거의 실수를 분석하고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감정이에요.
"아,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알겠네..."
이런 깨달음들이 바로 후회를 통해 얻는 배움이죠.
과거의 선택을 아쉬워한다는 건,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성숙해졌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중요한 건,
후회에서 배움을 얻었다면 이제 그만 놓아주는 거예요.
계속 붙잡고 있으면 독이 되거든요.
"후에"라는 희망의 언어
그런데 "후에"라는 단어는 어떤가요?
"나중에는..."
"앞으로는..."
"언젠가는..."
같은 시간을 다루는 말인데도,
후회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과거의 부정적 측면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우울해지기 쉽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가진 사람은
희망과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후회가 과거에 묶여있는 체념이라면,
후에는 미래로 열린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에 더 좋은 기회가 올 거야."
"후에 만나게 될 더 좋은 사람들이 있을 거야."
"후에 지금보다 더 성장한 내 모습을 만날 거야."
이런 생각들은 우리에게 힘을 주고,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만들어주죠.
시간의 방향을 바꾸는 마법
그런데..
'후회'에서 '후에'로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것.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에 더 큰 가중치를 두거든요.
좋았던 일 열 개보다 안 좋았던 일 하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정적인 생각 패턴을 의식적으로 바꿔나가는 연습 말이에요.
예를 들면,
과거의 실수를 떠올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래, 그때는 그랬지.
그런데 그 덕분에 나는 이런 걸 배웠어.
그리고 앞으로는..." 에서 처럼
문장을 "앞으로는"으로 끝내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연습도 해보면 어떨까요?
하루의 끝에서 오늘 있었던 아쉬운 일들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일들을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보는 거예요.
"오늘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했지만,
후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이렇게 해볼 거야."
"오늘은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후에 또 기회가 오면 도전해볼 거야."
작은 변화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데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
나이가 들수록 후회할 일들은 더 많아지는것 같아요.
젊을 때는 앞으로 시간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때 그렇게 할 걸..."이라는 생각이 더 자주 들어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후에"라는 관점이 더 중요해져요.
남은 시간이 소중하다면,
그 시간을 후회하는 데 쓸 게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 쓰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요?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과거의 어떤 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 아픔을 무시하거나 쉽게 잊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슬퍼해도 괜찮아요.
트라우마 연구에서도
억압보다는 적절한 처리 과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유의 첫 걸음이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 아픔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그래, 나는 그때 그런 선택을 했어.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어.
이제 후에는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볼까?"
'후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대로 늘 미래만 바라보며 사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후에 돈을 더 벌면..."
"후에 상황이 좋아지면..."
"후에 시간이 되면..."
이것도 나름 건전한 마음가짐이지만,
때로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수 있어요.
미래를 준비하되,
현재도 소홀히 하지 마세요.
후에도 중요하지만,
지금도 소중하니까요.
하버드 심리학과의 댄 길버트(Dan Gilbert) 교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래의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행복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요.
마치며: 두 단어 사이에서 찾는 지혜
후회와 후에.
이 두 단어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선택하며 살아가죠.
어제의 아쉬움에 머물 것인가,
내일의 가능성을 향해 걸어갈 것인가.
완벽한 답은 없을 거예요.
때로는 '후회'도 필요하고,
때로는 '후에'만 바라보기도 어려우니까요.
지나간 일로 가슴 아파하는 것도 인간다운 일이지만,
앞으로 올 일들을 기대하며 미소 짓는 것도 인간다운 일이에요.
오늘 하루도
후회와 후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시길.
과거의 교훈은 가슴에 새기되,
미래의 희망은 눈앞에 그리면서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언젠가 돌아볼 때
"그래, 나름 잘 살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우리의 선택이다. 뒤를 돌아보며 한숨짓는 대신, 앞을 내다보며 한 걸음 더 내디디자."